본문 바로가기
기억/보고 읽고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by anythingship 2023. 12. 8.
반응형

 
올해 서점에서 인문분야 1위에 위풍당당하게 올라있는 이 책은, 옆 부서 후배가 읽고 있는 것을 보고 빌려달라 해서 읽게 되었다. 읽을만 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어 궁금하긴 했지만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고, 올려야 한다 뭐 이런이야기겠지)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라 선뜻 구입하게 되지 않았는데 잘 되었다.
 

도둑맞은 집중력 줄거리

책의 줄거리 자체는 예상하는 바 대로다. 최근 사람들의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이 어느 특정 연령이나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현상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이후엔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나아간다. 집중력 저하의 일차적 원인에 대해 멀티태스킹이나 수면의 질 악화와 같은 부분을 포함, 조금 억지스러운거 아닌가 싶은 식생활이나 스트레스, 근무시간같은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에 대한 더 근본적인 이유로 사회적인 문제들을 화두에 올린다.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트위터 같은 테크 기업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집중력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아이들에게 ADHD 진단을 남발하여 점점 더 약에 의존하게 하는 상황, 자유롭게 놀고 배회하도록 과잉 보호를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등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작가가 진정한 진보라고 느낀 점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행동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주4일제를 위해, 테크기업의 사업모델에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개인 또한 사회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다 보면 게이라는 소수집단의 일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변화라는 결과까지 쟁취해 내는 과정을 직접 보고 겪은 배경 때문에 더욱 이러한 사회적 행동에 진취적일 수 있는가 싶다. 멋지다.
 
 
책에서 예시나 근거로 나온 이야기 중 흥미로웠던 부분이  꽤 많이 있었는데, 예를 몇가지 들면
 
나는 여느 직장인처럼 카페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책에서 말하길 카페인은 피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피로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지각하는 부분을 차단시켜 내 연료가 아직 많이 남았다고 느끼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피곤한 지 모른채 과로를 하게 되며, 과로는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서 스크롤을 끝없이 내릴 수 있는 것이 기술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데(그냥 처음부터 원래 그랬던 것 아니었나🙄), 옛날에 페이지를 클릭하여 넘기는 방법에서 고객이 페이지에 머무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무한 스크롤이 발명되었고 이 결과로 우리는 정보를 더 볼지 말지 선택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정보들에 노출된다 . 요즘 내가 열심히 하는 올웨이즈 올팜이나 양파게임처럼, 고객이 오래 머무르도록 테크 기업들은 명석한 브레인 집단을 동원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이를 개인의 인내력이 부족해서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고 하는것은 적절치 않다는 작가의 의견에 동의한다. 
 
또 하나는 정보의 양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멀티태스킹이 일상화 되는데, 사실 멀티태스킹을 하는 동안 우리의 뇌는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 일에서 다른일로 매번 전환하고 있고, 전환 할 때마다 다시 몰입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며 결국 두마리 토끼 모두에 깊이 집중할 수 없다. 우리 뇌의 진화는 정보의 양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함을 인정해야 한다.

 
 
 


앞 부분의 전개를 미리 알면 재미없어지는 소설과는 달리, 비소설 부문 읽을 때는 목차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 읽기 전에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목차를 따로 필사하여 옆에 두고 볼 때도 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 집중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2장 몰입의 손상 - 스키너의 비둘기와 미하이의 화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
3장 잠들지 못하는 사회 -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세상은 모든 면에서 더 흐릿해진다
4장 소설의 수난 시대 - 긴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떨어지면 벌어지는 일
5장 딴생각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말해주는 것 - 우리 정신을 배회하게 뒀을 때 생기는 이점
6장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 집중력 파괴는 그들의 사업 모델이다
7장 산만함에 불을 지피다 - 집중하지 못하는 사회는 어떻게 위험에 빠졌나
8장 작고 얄팍한 해결책 - ‘문제는 네 안에 있어’라는 말이 틀린 이유
9장 근본적인 해결책을 처음으로 목격하다 - 저커버그는 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무시했을까
10장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 - 방해 요소에 저항하는 능력이 현격하게 낮아진 이유
11장 우리 사회의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장소들 - 주4일 근무로 바꾸면 집중력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12장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 허리둘레, 심장, 그리고 집중력을 파괴하는 음식들
13장 잘못된 ADHD 진단 - 유전자 탓을 하는 동안 우리 아이에게 실제로 벌어지는 일
14장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 - 아이들은 놀고, 배회하고, 질문하고, 유능해진다
 
 


자기개발서를 꺼려하는 나한테 엄마는 가끔은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듣고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해라고 하신다. 이 책이 나에겐 그런 느낌이었다. 집중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이야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 것 같고, 그 이유도 체감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볼 만 하고 읽기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어떤 사회에 살고 있고 그 영향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받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