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책을 선택했나
사실 AI에 관심이 거의 전무했던 사람으로서, 이 책을 왜 집어들게 되었느냐 하면 최근의 챗 GPT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다.
직장에서 영문 이메일이나 문서를 종종 작성하기 때문에 구글번역기나 파파고를 애용하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챗 GPT를 이용 해 보았더니 정말 놀랠 노자인 것이다. 내가 초안으로 작성한 이메일을 경영진급에 보내고 싶다고 하면 격식있는 말투로 바꾸어 주고, 표현이 이상하냐고 물어보면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몇가지 제시해준다. PPT에 사용할 문장으로 바꾸고 싶다고 하면 짧은 단문으로도 제시해 주니, 단순 번역기를 넘어서 정말 부하직원 하나 둔 든든함을 경험한 것이다.
책 앞 띠지에 구글 전 CEO, 미국 전 국무장관과 MIT학장이 썼다고 광고 하고 있는데, 세명 다 사실 잘 몰라서(뉴스에서 IT나 정치는 일단 건너뛰는 1인...) 사실 작가를 보고 선택했다기 보다는 AI라는 주제에 대한 책 중 가장 최근에 발매된 베스트셀러여서 선택했다.
책 줄거리
이 책에서는 인쇄술이 종교 중심의 중세시대에서 이성 중심의 인문주의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었던 것 처럼 AI의 발전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말하며, 이 시대에 대두될 또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로 다양한 방면에서 철학적, 실질적 시사점을 제기하는 전 세계적으로 정부, 기업, 사용자 간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상 깊었던 논제가 여럿 있지만 몇가지만 언급하자면,
첫째로, AI가 자체적으로 학습하여 목적함수에 따라 도출한 결과에 대해 인간의 언어로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AI의 결정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AI의 발전이 정체되어 있다가 최근 급격히 성장하게 된 것은 AI가 인간이 선별한 지식을 입력해 주는 방식에서 기계에 학습 과정 전반을 일임하는 머신러닝 방식으로 전환이 일어난 덕분인데, 이를 통해 우리는 농엽, 의료, 금융, 커뮤니케이션 등 많은 분야에서 AI를 통한 혁명적 발전을 이루고 있는 동시에 AI의 한계와 문제점에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뒷 장에서는 이런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AI의 결정에 인간의 자율성이 감소했다고 느낄 수 있으며, AI를 완전히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마치 최근 스마트폰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처럼)
두번째는 편향성이다. AI가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를 고려한 추천과 필터링을 해 주기 때문에 개개인이 점점 더 편향적이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유투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실제로 많이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집값 하락론자들의 영상을 한두번 시청했더니 온통 세상이 곧 망할 것같은 영상들로 추천이 도배되는 것을 보며 아 이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참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지역주의적, 극단주의적 행보가 많아지는 현상에도 이런 AI 필터링이 어느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AI가 안보와 세계질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부분이다. AI를 통한 사이버 무기가 "어느 국가에서도 인정한 적 없지만" 보편화 되는 상황이다. AI를 통한 사이버 무기는 일단 배치되면 순식간에 확장 가능하고, 재래식 무기나 핵무기에 비해 정교한 조준이 불가하여 민간시스템까지 타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위력이 크며, 위에 첫번째 말한 창발성의 특징으로 그 무기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제작사/사용자도 실제 그 위력과 결과를 다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주요 강대국들간에 독트린을 설정하고 검증가능한 한계 내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이버 무기에 있어서 재미있는 점은 이런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는 디지털 역량이 큰 강대국일수록 이런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고, 저기술국가는 상대적으로 잃을게 적다는 것이다.
원제, The Age of AI : And Our Human Future
이 책의 원제는 "The Age of AI : And Our Human Future", AI 시대와 인간의 미래이다. 책의 내용이 AI의 발달과 이에 따라 인간 사회에서 앞으로 논의될, 또는 논의될 필요가 있는 질문들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는 원제가 더 직관적이고 책의 내용을 대표하는 것 같다. 읽다보면 여러 챕터에 내용이 겹치는 느낌이기도 하고, 특정 부분은 뻔한 이야기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급성정하고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마음에 담아두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해야 할 부분을 짚어주는 책이라 좋았고, 책에서 제기되는 세계질서나 안보에 대한 인사이트는 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이라 한번 더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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